신상.

꽃 꺾는 것,

N.Ding 2018. 11. 9. 22:40

* 두서가 없는 글.
* 기차에서 핸드폰 메모장에 쓰는 단상.
*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의 파편.

자연은 보호해야 하고, 꽃은 꺾으면 안된다고 배웠다.

“꽃을 꺾으면, 꽃이 아야~ 한단다.”

하고, 어른들이 내게 일러주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에서도,
꽃 한송이 꺾는 일이 이리도 죄스러웠을까.

나무를 베어 민둥산을 만들고,
도심의 꽃밭의 꽃을 꺾는 일이야
당연히 공공의 권리를 침범한다고 하지만.

들꽃잎 잘근잘근 씹고,
산이며 들이며 나물을 캐러 다니던 옛날이.
훨씬 즐겁고 재미나 보이는데.

배고파 나물을 뜯는게 아니라,
단순히 아름다움을 즐기려 꺾는 행위라
더욱 죄스럽게 느껴지는건가 싶다가도.

꽃집에선 꽃을 가위로 썩뚝썩뚝 썰고,
꽃꽃이가 한창 유행하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가 싶고.

꽃을 사랑해서 꽃 꺾는 이에게 야단치는 사람들도,
가위로 썩뚝썩뚝 썰린 꽃다발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 물론, 꽃밭의 꽃을 꺾는건 아주 큰 잘못이다.)

산림 보호 구역의 꽃을 꺾는 것은
벌금을 물어야 하는 잘못된 일이기도 하다.

돈주고 사는 꽃은 괜찮은데,
공짜로 꺾는 꽃은 안되는건가.

화훼단지에서 꺾으려고 키우는 꽃은 꺾어도 되고,
자연에 자라는 꽃은 꺾으면 안되는건가.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한데 모여있는 꽃밭을 들쑤셔서 망가뜨리거나,
꽃을 한 트럭 뽑겠다는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피어 있는 꽃을 꺾어 한줌 꽃다발을
만들고 싶다는 맘을 가진 것일텐데.
어디까지가 지탄받아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들판에 핀 꽃을 꺾어 올린 사진에,
몰상식하다는 댓글들을 다는 사람이 늘고,

산에서, 들에서 꽃 한송이 꺾는 아이에게,
앞으로 절대 살아있는 꽃을 꺾지 말라 훈육해야 하는 것.

이게 맞는 것일지 확신이 없다.


**
당연히 공원의 꽃과 꽃밭의 꽃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런 꽃은 여럿이 감상하기 위한 꽃이고,
나 혼자 본다면, 다른사람들은 볼 수가 없는것이니,
화단의 꽃이나, 공원의 꽃은 절대 꺾어서는 안된다.
**

하지만.

산이며, 들이며 천지를 누빌 수 있는 봄과 가을에는,
유채, 개나리,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들꽃을 꺾어 - 가는 걸음 걸음 동행하고,
돌아가는 길 사랑하는 이에게 한다발
안겨주고 싶은 맘이 으레 들기 마련.

아름다움을 위해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죄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물을 캐는 것과는 다른 평가를 받는건가.

꽃은 먹기보다는 그저 바라보는 식물이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자연에 정말 어우러지는 삶을 살게된다면,
꽃을 꺾은들 어떠하리. 꽃을 먹는들 어떠하리.
향이 좋아 꺾어 들고, 또 열매를 먹고 싸고 꽃피우고,

꽃의 향기는 열매 맺기 위해 곤충을 부르는 목적이듯,
꽃의 아름다움 또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이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모조리 뽑아대고, 베어내고.
짓밟고, 괴롭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딱 어우러져 살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다.

그치만 그 한계는 누가 정하냐는 문제고,
모두가 한줌씩 뽑아대면 꽃이 남아나냐는 문제겠지.

애초에 꽃을 보기 힘든 도시가 만들어 진것이,
대부분 문제의 시작점이다.

동물들도 자연에서 장난 치듯,
인간도 자연에 어우러져 들꽃 하나 꺾을 수 있을텐데.

요즘 세상에는 꽃을 꺾는 일이 세상 무식한 일이 됐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자란 시골 아이가,
무심코 꺾은 들꽃 한 다발을 좋아하던 이에게 내밀면,
너 참 몰상식하구나, 너 참 무식하구나.
무안당하는 일이 생기려나 ㅡ 생각해 본다.


이말 저말 늘어놓는 이유가 뭔고 하니.

그래서 꽃을 꺾는게 잘못된 일인지,
그정도는 해도 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너무 스스로 우리에게 엄격해지고,
죄가 아닌 일을 죄악시 하는 모순에 빠진건지.

정말 꽃을 꺾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
여러 차례 말하지만 공원의 꽃이나, 화단의 꽃,
조경해 놓은 꽃을 말하는게 아니라.
정말 불쑥 피어오른 들꽃들. 산천에 널린 꽃 중,
내 손에 닿는 꽃 한 줌, 꽃 한 다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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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꺾어도 된다는게 아니라,

조경된 꽃밭이 아닌 자연 한 가운데에서.
가을 갈대 꺾어 한손에 쥐어보는거나,
강아지 풀 꺾어 손에 쥐어보거나,
민들레 꽃 꺾어 입으로 후 불어 보는것이나,
들꽃 한줌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보는게.

몰상식하고 못 배워먹고 무식한 일 씩이나 되는지.

꽃도 낙엽도 다 져가는 가을의 끝자락에.
멀리사는 오랜 지기 친구를 보러가는 기차에서.

문득 몇몇의 글들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두서 없이 자아의 토론 내용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