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2013. 10. 21. 03:16
무섭고 긴 밤이 있었다.
고독하고 두렵고 긴 밤이 있었다.
아이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두려움과 마주하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가슴 콩닥콩닥 했던 긴 밤이 드디어 시작 되었을 때.
마침 찾아왔던 폭풍은 그리 거세지 않았고,
바람소리마저 이내 고요해져 갔다.
아이는 한시름과 초조함을 내려 놓았고,
어깨를 으쓱, 별 것 아니었다는 듯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소곤소곤 아이가 잠 든 깊은 밤,
정적을 깨고 느닷없이 날선 폭풍과 매서운 바람이 닥쳐온다.
몰아치는 폭풍 앞에는,
스물 여덟살이 된 아이가 외롭고 고독하게 홀로 서 있다.
혹여 잠든 아이가 깨지 않을까.
아이가 겁먹지 않을까.
두 눈도 감고.
두 귀도 닫고.
이를 악 물고. 조용히 버티어 낸다.
이리하여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무섭고 긴 밤이 있었다.
비밀스럽고 성스러운 긴 밤이 있었다.
희미해져가는 긴 밤들이 있었다.
도처에 널린 긴 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