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2014. 4. 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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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오늘 인생의 어디쯤을 걷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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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모를만큼,

시간이 무자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느낀다.


시간이 시키는 대로 살던 오늘 오후도 끝나갈 무렵,

시야가 흐릿해지고, 오른쪽 뒷목이 뻣뻣해졌다.

안압이 높아지고, 오른쪽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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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챙겨들고, 컴퓨터를 끄고, 인사를 하고 나와.

어디로 향할까 고민하다가, 운동을 하러 갔다.

라디오를 들으며 킥킥대며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만원 퇴근버스를 탔다.

기숙사 경비실서 택배를 찾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불을 끄고 앉아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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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한결 나아졌고, 몸 상태도 가뿐한 느낌이다.

스탠드 빛과 노트북 빛 정도면 충분히 차분해 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두런두런들어 기분이 몽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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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하지만, 언스테이블 한 그런 상태.

자꾸만 이쪽 저쪽으로 쏠려서 찰랑찰랑 넘치는.

식판 위 얹어진 국그릇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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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내게는 언제나 반갑지 않은 4월. 

바람이 차고, 햇볕이 따뜻해서, 반바지가 입고싶은.

농구 코트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 날씨.

날씨만큼은 여전히 지나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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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아마 교실 3분단, 앞에서 서너번째 줄.

그 자리에 앉아있던 야간자율 학습시간에.

씨디플레이어에는 씨디가 빙글빙글.

하고싶은 일을 적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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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마 팀장님 자리 근처 사무실 구석에서.

그 자리에 앉아 야근을 하던 그 시간쯤에.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몰래- 꽂고.

하고싶던 일을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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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던 일의 반도 못 해본 오늘,

나는 인생의 어디쯤을 걸어가고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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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괜찮은 오늘을 걷고 있나요.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로운 지금을 살고 있나요.

좋은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은 오늘을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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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아직 그 곳에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요.

내가 걷는 이 곳은 아직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아요.

허나 괜찮아요, 잘 모르겠지만 계속 걷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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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요.

어디까지온건가요.

끝이어디인지모르겠어요.

그대,지금어디쯤걷고있는건가요.

인생의어디쯤을헤매며살아가고있나요.

시작이어디였는지도기억이나지않는것같아요.

끝이어딘지모르겠지만아마좋은시절을지나고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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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 쯤.

글을 쓸 때.

글자 수.

집착.


이 따위 것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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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다 모르겠다.

처음과 끝이 같은 글을 써야지.

그대, 오늘 인생의 어디쯤을 걷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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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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