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다가,
생각이란걸 해보면 말이야. 내가 90살까지 산다고 생각했을 때 말야,
나는 지금 29살까지 살아왔단 말이지. 나는 꽤 늦었다고 생각을 했단 말이지. 지금이.
현실적으로다가,
회사라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는것 같단 말야,
직업 말고 다른 가치를 누리면서 만족스럽게 살 수 있을지.
50에 가까워 회사 밖으로 나갔을때, 남은 40년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정말 잘 모르겠단 말이지. 살아가는건 고사하고 버텨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현실적으로다가,
결혼, 출산, 육아. 이런것들과 내 삶의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을지.
이것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현실적으로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적어도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건, 아니란 말이지.
물론 대충 내가 좋아하는건 남들도 다 좋아하는거고.
내가 하기싫은건 다들 하기싫어하는거란건 알지만 말이야.
현실적으로다가,
내가 지금 야근을 하고, 해가 지고, 비어있는 사무실에 남아서,
할 수 있는거라곤 이렇게 멍청한 글을 쓰는 것 뿐이지만,
지금 나는 내일 출장에서 3일만에 돌아오는 - 상사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아직 첫페이지도 다 못 쓴 상황이란건 알아야 한단 말이지.
현실적으로다가,
꽤 슬픈 밤이야.
현실적이긴 한데,
나는 기숙사 방구석에 누워서 노래나 하고, 책이나 읽고, 딩가딩가 굴러다니고 싶단말이야.
현실은 왜 꽤 슬픈건지 모르겠네.
습하고 더운 오늘, 참 얼어죽을만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다가 말고.
다시 현실적인 보고서를 쓰러 돌아가야겠어.
난 왜 현실적으로,
보고서멍청이인거지?. 개 똥멍청이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