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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대한 담론
방금 있었던 일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스물아홉. 이렇게 아득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멍하고. 약간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손끝이 간헐적으로 떨리기도하고. 허공에 발길질을 하기도 한다.
현관을 지나자마자 입고 있던 옷을 정신없이 벗어 쇼파에 던져버리고.
침대 위로. 그대로. 있는 힘껏 몸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3~40분. 멍하게. 말도 안되는 걱정들을 하다가.
아직도 약간 토할것 같고. 속이 안좋은 것 같아. 화장실을 들락날락.
정신이 아득해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어푸어푸. 세수를 했다.
아득하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지금 순간.
생수를 반병 쯤 들이켜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급하게 글을 써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 불을 모두 끄고. 노트북을 켜고.
핸드폰 음악을 틀려는 찰나에,
마땅한 배경음악이 없어,
고민의 고민을 하다,
밴드 cults 2010.
Just 플레이.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서 결국 꺼내든 것이 고작 노트북이다.
기분이 우왕좌왕할 때.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이렇게 하면 평생 두고두고 그 오그라드는 기분을 맛 볼 수 있지.
(이러는 와중에도 약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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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에 대한 담론.
4월이 가는 마지막 주가 지나간다.
월급도 두 번이나 들어오는 짝수 달이다.
심지어 이번달 월급도 이미 통장에 들어왔었다.
봄도 지나가고 여름이 오려는 이 짧은 찰나, 초여름이다.
생각도 안했던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5월이 코앞이다.
(아 아무래도 속이 안좋아서, 다시 화장실을 들락날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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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구력
자꾸 생각하기 싫어서 아득해지려 하는 것 같다.
스스로 희미하고 멀게 느껴지게 함으로써 현실에서 도망가기.
하지만 이제는 생각의 지구력을 키워야 할 어른이 된 것 같다. 아니 어른이 되었다.
머리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떨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이제는 지구력을 길러, 꾸준히 생각을 마무리 지을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리하여 스물 아홉이고. 이제 곧 어른이 되려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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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자기방어기제.
프로이드가 말한 자기방어기제가 늘 내게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움받기 싫고, 서운한 맘을 주고싶지 않았다.
사랑받는것도 두려워 했음이오, 사랑을 하는것도 두렵다.
20살의 나는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어두운 글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비관론을 읽어냈고.
그리고 공감하고, 또 동질감을 느꼈으며.
믿고싶지 않았기에 믿지 않았다.
이렇게 지리한 사랑에 대한 비관론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새로운 시작을 하고있나보다.
이번에도 머리는 복잡한데 몸은 제 멋대로였다.
역시 그냥 하고픈대로 하고 생각은 다음.
그렇게 시작하는게 나 다움.
그게 나- 다움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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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외치고.
잠잠하던 내가 이렇게 빠른시간에 글을 써내려감은.
그간. 한동안. 없었던 작은 파동이 머리 속에도 전해졌음이오.
호메로스 일리아스.
나도 머릿속에 일어난 전쟁같은 지금을.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것을 보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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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에 대한 담론- 아득담론.
에이. 더 못해먹겠네.
지구력이고 뭐고. 계속 아득한걸.
그냥 계속 이렇게 매 순간 아득한 삶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아득하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