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2018. 10. 17. 07:43

출근버스 공기가 있다.

출근버스 안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에서 맴도는 그날의 공기가 있다.

월요일 오전 6시 45분 출근 버스에는,
삶의 무게가 가득했다.

아저씨들이 많았다.

저마다의 삶이 길게 굽이쳤고,
오른쪽 뒷바퀴 위에 올라앉은 내 눈에는,
모두가 창 밖을 바라보는 열정 없는 열정이 보였다.

수요일 오전 7시 36분 출근 버스에는,
모두의 공간이 좁고 깊어졌다.

젊은이들이 많았다.

젊고 지친 세월들이 굽이쳤고,
오른쪽 하차구 바로 뒷편에 비스듬 앉은 내눈에는,
모두가 스마트폰에 얼굴을 들이 밀고,
열려있으면서 갇혀있는 공간을 만든 젊은이가 보였다.

매일 같은 출근 버스이지만.
그 안에 다른 공기가 있고.
다른 나이가 있고.
퇴근을 하고싶다.




그러니까 결국 쉽게 말하자면,

일찍 출근할때는 나이 많은 책임님들이 많았고,
정말 하나같이 창 밖을 보고 있었다.
근 20년을 오갔던 같은 길일텐데 하염없이.
텅 빈 눈으로 바깥 세상에 시선을 던진다.

제시간 출근할때는 내 또래나 어린 친구들이 많았고,
정말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장착했었다.
매일 뜨는 해도 이렇게 다른 모습인데 하염없이.
모두가 각자의 깊고 좁은 동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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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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