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06. 10. 1. 11:00
 




요 몇 달간,


도로바닥에 내팽겨쳐진 저 델리만쥬 빵 처럼.


나는 나에게로부터 정말 내팽겨졌었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내가 나를 툭 하고 내팽겨쳤다 하는 말이다.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으로 말미암아.


섯불리 마음을 열지 않았으며.


 


소중한것들을 손이 닿지 않는곳에 방치해두었다.


 


결단력을 갖고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나아갈


스물한살에 대한 야심찬 결심조차 없었으며.


 


신선함이 동반된 20대의 상상력마저 극도로 감퇴했었다.


신나는 삶에 관한 의욕을 잊었나보다.


 


 


그렇게든. 이렇게든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내가 나의 내일을 위하야 뿌듯하게 땀흘리며 보낸 하루와.


내가 나의 어제를 생각하며 구차한 후회로 보냈던 하루는.


 


똑같이 째깍 째깍 흘러가고있다.


 


흘러간다기보다는. 밀려나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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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있던 지루했던 시간동안.


드디어 소설 목민심서의 다섯권을 완독했다.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오래된 책들이라.


낡은 종이 냄새가 싫어서 책장서 꺼내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낡은 종이 냄새 때문인지,


더 알싸하게 머리를 후벼 파는 글이었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라,


나의 짧디 짧은 필력으로는


무어라 느낀점에 대해 논하기가 버겁지만.


 


과연 정치란.


굳은 심지와 청렴한 마음으로 올 곧게 해야하는건지.


처세에 능하고 타협과 협상에 꾀가 있는 사람들이 해야하는건지.


 


정약용의 대쪽 같은 굳은 심지는.


당신 일생의 귀중한 시간들을 귀양살이로 보내도록 만들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그가 한번만 굽혔더라면.


200년전.. 정조의 시대, 늦어도 순조의 시대에


모든 조정 대신들의 머릿속에도


당시 보다 월등히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러나 이미 엎질러진 역사의 물인지라..


 


내 관심사는 그와 그의 벗들로부터 시작된.


다도에 관한 글과, 천주실의, 그들의 주님에 관한 필설.


 


또,, 역시 음악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는 그 것.


 


오랜만에 큰 글을 머리로 안았더니.


글의 잔상이 짠허게,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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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없이 또 길어진 글이지만.


 


결국,


나는 내팽겨졌던 나를 다시 주워담았다.


 


널부러진 빵 조각들처럼 흩어졌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서 빵봉지에 담았다.


 


이제 다시 빵봉지를 한아름 품에 안고서,


예전처럼 바쁘고 두근거리도록..


 


그렇게, 용감하게.


 


촛불로 날아들어도 아름다운 나비처럼.


 


세상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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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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